받은 줄로 믿으라보기

마가복음 11장 24절은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고 가르친다. 즉, 과거형으로 믿고 기도하라는 말이다. 베드로는 그 전날에 예수님께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뿌리째 마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베드로에게 있어서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바로 그때 예수님께서는 기도할 때 그냥 하지 말고 받은 줄로 믿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사실 과거형 믿음은 이 본문에만 나타나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 전반에 걸쳐 나타나 있다.

아브라함을 보라. 하나님께서 그의 이름을 아브람에서 아브라함, 즉 ‘높은 아버지’에서 ‘많은 민족의 아버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하신 말씀을 주목하라. “이제 후로는 네 이름을 아브람이라 하지 아니하고 아브라함이라 하리니 이는 내가 너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함이니라”(창 17:5). 본래는 ‘되게 하였음이니라’, 즉 과거형으로 나타나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많은 민족의 아버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민족의 아버지가 되었으므로 이름을 계명하라고 하신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을 보라. 가나안 땅을 제비 뽑아 나눌 때 하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 땅을 점령하여 거기 거주하라 내가 그 땅을 너희 소유로 너희에게 주었음이라”(민 33:53). 약속의 땅을 앞으로 주시겠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주셨다는 말이다.

여호수아를 보라. 하나님께서 여리고 정복을 앞둔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을 유심히 보라.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여리고와 그 왕과 용사들을 네 손에 넘겨주었으니”(수 6:2). ‘이미’ 넘겨주었다는 말은 여리고 성은 앞으로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미 정복한 대상이라고 하는 의미이다.

욥을 보라. 사업에 망하고 가족을 잃고 건강마저 빼앗겼던 그의 신앙고백은 오늘날 실패를 맛본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다. “생명과 은혜를 내게 주시고 나를 보살피심으로 내 영을 지키셨나이다”(욥 10:12). 생명과 은혜는 욥기 42장에 나타났지만, 욥은 이미 받은 줄로 믿었던 것이다.

이사야를 보라. 기원전 6세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보내실 메시야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의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사 9:6). 주의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메시야를 앞으로 보내주시겠다고 하는 약속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다’고 말씀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하심은 만세 전부터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예정되어 있었다.

예수님을 보라. 십자가에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가시기 직전에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다 이루었다”(요 19:30).

나는 스포츠 경기를 매우 좋아한다. 특히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은 나의 애국심을 크게 자극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가 경기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는 초긴장 상태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때로는 손짓발짓을 다해가면서 힘을 실어준다. 왜 긴장이 되는가? 왜 손에 땀이 나는가? 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가? 예측불허의 스코어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생방송의 묘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골 장면이나 풀 경기를 볼 때에는 더 이상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는다. 축구공이 골대를 강타해 실점의 위기를 넘기는 순간에도! 왜 그런가?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경기이지만, 결과를 모르고 생방송으로 보는 것과 결과를 미리 알고 재방송으로 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받을 줄로 믿는 것과 받은 줄로 믿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므로 이미 받은 줄로 믿고 기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