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피하는 자보기

하나님께 피하는 자

21 중 14 일째

어느 노숙인의 축복기도

저는 목사이기 때문에 여러 자리에서 축복기도를 참 많이 해야 합니다. 식사 자리에서도 병원 심방 자리에서도 기도는 언제나 제 몫입니다. 저를 제쳐놓고 자기가 기도하겠다고 나서는 그런 용감한 성도님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더더군다나 저에게 축복기도를 해주겠다고 덤벼드는(?) 그런 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언젠가 외박을 나왔던 아들을 배웅하러 나갔던 용산역에서 어느 노숙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주일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주말을 끼고 외박을 나오는 아들은 언제나 귀대시간에 빠듯한 열차를 기다렸다 타곤 했습니다. 그날도 역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열차 출발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아있어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저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돌아보았더니 거기에 행색이 남루한 어느 노숙인이 서 있었습니다. 저에게 ‘혹시 한강중앙교회 유요한 목사님이 아니시냐?’고 묻는 것입니다. ‘저를 어떻게 아시냐?’고 되물었더니 ‘우리 교회에 매주 가서 예배드렸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낯이 많이 익은 분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계속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제가 부임한 이후 일 년 이상 매주 금요일 마다 노숙인들을 위해 ‘나눔 예배’를 드렸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뵈었던 분 같았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나눔 예배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 예배가 자신에게 참 좋았다는 것, 계속되지 못해서 아쉽게 생각한다는 것 등등을 말씀했습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그 은혜를 갚도록 기회를 달라고 그러는 것 아닙니까?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가 했습니다. 그냥 하나님께 감사하면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굳이 저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갚으시려고 하느냐고 했더니, 제게 축복기도를 해주겠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들고 다니던 온갖 짐들을 다 내려놓더니 제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두 손으로 내 손을 덥석 잡고 큰 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기도를 받는다는 것도 생소한 일인데, 노숙인에게 그것도 공공장소에서 축복기도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당황스럽던지요. 그런데 그분의 기도는 가짜가 아니었습니다. 비록 입에서 술 냄새를 풍기기는 했어도, 그 마음의 진실함과 간절함이 기도에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와 제 목회사역에 복을 비는 대목에서는 그 목소리에 어떤 강력한 힘조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눈을 감고 그분의 기도를 듣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도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에 제가 놀라서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기도를 잘하시냐?’고 말입니다. 씩 웃으면서 ‘노숙자로 이 교회 저 교회 다니다보면 저처럼 됩니다’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자신의 짐들을 챙겨서 제게 90도 절을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분이 과거에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모릅니다. 저처럼 목회자의 길을 걷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과거에 누구였던지 아니면 지금 누구이든지 상관없이 얼마든지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를 위해서도 교회를 위해서도 얼마든지 축복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기도는 목회자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기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노숙인의 축복기도가 저에게 일깨워준 기도의 본질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한 주간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축복기도를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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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소개

하나님께 피하는 자

이 글은 한강중앙교회 담임목사님이신 유요한 목사님의 ‘목회서신’ 중에서 발췌했습니다. 본 묵상을 통해 우리의 참된 도움과 치유자 되시는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은혜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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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를 제공해 주신 한강중앙교회 유요한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묵상내용에 관해 더 알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한강중앙교회 홈페이지 http://hangang.onmam.com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